2013년 11월 6일 수요일

URAI 2013 학회에서 공개된 삼성 휴머노이드


제주도에 URAI 2013 학회가 있었는데, 회사 상무님이 나를 끌고가셨다.
학술세계에서는 아무래도 나로서는 좀 불편할 수 밖에 없지만
(학계에서의 목표와 업계에서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그래도 작은 수확이라도 얻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삼성 종합기술원에서
로봇팀을 이끌고 있다는 노경식 박사의 발표 세션이 있는걸 발견하고
가서 주욱 들어 보았다.
1시간여 분량의 동영상을 팔아프게 핸드폰으로 찍었는데,
그 중에서 그나마 볼 만 한 부분만 발췌해 보았다.


Upper Body & Fingers

삼성이 휴머노이드를 한 히스토리를 잠깐 상고해 보면....

2000년 전후해서,
삼성 소프트웨어 맴버쉽의 한 팀이 이족보행로봇을 개발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때 곽노산씨라는 서울대 대학원생이었던 분이 기억난다.
자신들이 하던 공부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도 하고 해서
고맙게 일독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팀의 이족보행 로봇 프로젝트는 끝까지 가지 못하고 도중에 드랍되고 말았다.
삼성에서 예산지원을 받기 위해 중간 심사를 거쳐야 했나 본데
아마 짤려버렸나 보다.

그 시기에는 아직 제대로 된 이족보행 로봇이 한국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굉장히 선구적인 시도였는데
그 소프트웨어 맴버쉽 예산 배정을 맡은 삼성 담당 직원의 시야가
넓지 못했었지 않나 싶다.


Walking & Stability

아무튼 그 이후에,
내가 로봇 업계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 한 게 KIST에 파견나가서
우리 제품을 설계하는 거였는데
(3개월만에 설계 제작 끝내고 전시회에 나가는 거였음.  글자그대로 미친 일정..)
2006~7년 전후해서다.

이때 KIST의 유범재 박사팀에서 마루,아라라는 휴머노이드를 하고 있었는데
삼성이 여기에 붙어서 국책과제를 하나 시작했다.
당시 KIST 연구원들의 이야기로는 삼성 엔지니어들이랑 사이가 별로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원래 엔지니어라는 인간들이 다들 고집이 센 편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Hands & Arms with Impedance Control

KIST에서의 이족보행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당시 책임급이었던 김도익 박사가 참여했던 논문에서 볼 수 있었다.
ZMP를 가지고 노는 전통적인 일본식 방법론에서
좀 더 단순하게 COM 포인트를 가지고 동역학 문제를 기구학 문제로 환원하여
실시간 연산을 시키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문제를 단순화하여 구현을 했다는 거다.

관절의 하위제어기는 H-Infinity를 활용한 강인제어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다시말해 Force Feedback은 없었던 것이다.

이후에 삼성이 KIST와의 국책과제를 끝내고, 노경식 박사팀이 비공개로 계속 연구를 해 왔나보다.
발표된 내용을 보니, 예전의 KIST 방식에서 잘 발전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딱 보기에도 우수하다.
완성도 측면에서도 그렇고, 보행시 무릎을 완전히 펴고 직립보행을 하는 것도 그렇다.
기구학적인 Singularity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모종의 술수를 쓴 것 같다.


SLAM with 3D Map by Vision

삼성 휴머노이드 Roboray의 특징은,
단순히 이족보행 뿐만 아니라
휴머노이드에게 필요한 모든 매커니즘을 제대로 다 구현해 넣었다는 점인 것 같다.
또 소프트웨어 부분에서도 SLAM 등의 기술을 적용하여 제대로 보여줬다.
한마디로 완성도가 높은 것이다.

대략적인 스펙은 뭐 뻔하지만...
리눅스 기반에 실시간 미들웨어 집어넣어 주고
제어 아이터레이션 타임은 1kHz 또는 10kHz 수준.
관절은 54자유도였던가 56자유도 였던가 암튼 그쯤 되고.
감속기는 하모닉.

메커니즘상의 특징은,
무릎을 펴고 걷는 직립보행을 구현하기 위해
발에도 관절을 하나 더 넣어 줬다는 거다.

기구설계적인 측면에서는
실험실 작품 답게 사실 별 매력은 없었다.
상품화가 불가능한 설계에서 벗어난 수준은 아니다.


노경식 박사팀의 연구원들.
대략 40~50명 정도 되는 것 같이 보인다.


Youtube에서 Roboray 찾아보니 비교적 깨끗한 화질의 데모가 있는데
함께 참고해 본다.



아무튼 완성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위 사진을 보니깐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회사로부터의 실적압박, 영업요구 대응, 연구비 펀딩작업 등에서 해방된 상태의
순수한 연구인원이 충분한 것이다.
대학연구실의 소규모 도제식 시스템과도 차이가 있고,
국책연구소 특유의 관료주의나 예산따내기 압박 및 중복된 과제들에 짓눌린 것도 아니며,
다른 중소기업들처럼 실적에 목을 메는 상황인 것도 아니다.
아주 부러운 환경이라고 생각된다.


Robot Surgery

동 발표에서 직장암 수술로봇 결과물도 보여주었다.
다빈치 로봇의 그리퍼나 메커니즘을 흉내낼 수 없는 이유가,
그 회사에서 특허 장벽을 엄청나게 빽빽하게 포스팅해 놨기 때문에
특허회피가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삼성 수술로봇의 경우에는 다빈치와 확연히 구분되는 방식이다.
동작 동영상을 보니 재미있는 구조다.
양쪽의 집게를 이용해서 봉합 작업을 하는 장면이 아기자기했다.


삼성 발표세션 말고 다른 것은 바빠서 참관하지 못했다.
일본 것도 있었는데 못 봐서 아쉽긴 하다.

포스터 세션 쪽에는 소소한 재미있는 것들이 있었는데 역시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우리 포스터.

포스터는 출력소에서 2만원 주고 출력했는데,
종이가 아니고 비닐재질에 방수잉크라서 아주 좋았다.



어떤 일본 교수가 흥미를 보여줬는데, 요즘 자동차 회사들이 종종 발표하곤 하는
Personal Mobility와 비슷한 점에서 그러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또는 컨셉이 실버마켓을 노린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