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일 목요일

오픈소스 이념의 극적인 승리 사례 : 백과사전 분야

오픈소스 이념의 극적인 승리 사례 : 백과사전 분야

1993년 말 경에,
하이텔 같은 곳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고
리눅스 0.8~0.9 정도 버전이 나와서 국내PC잡지를 통해 배포되었을 때
나도 그것을 다운로드 받아 SLS 및 슬렉웨어 배포판을 받아다
깔아보고 X윈도우를 띄우기 위해 벼라별 삽질을 다 했었던 추억이 있다.

배포판에는 리쳐드 스톨만의 프리소프트웨어 선언문이 함께 동봉되어 있었는데,
무슨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이런 것을 처음 접한 운동권 학생처럼
내 정신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었다.

세상이 이런 이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당시 내 머리로는 상상도 못한 활동이었으니깐.

이후 인생을 살면서,
프리 소프트웨어나 오픈소스 생태계가 변화되고 발전하는 모습을
쭈욱 지켜보게 되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당시를 비교해 보면 정말 격세지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픈소스 이념의 가장 극적인 승리사례는
물론 당연히 GCC컴파일러와 리눅스 커널 쪽이겠지만,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말고 '정보'라는 측면에서 가장 좋은 사례가 바로
위키 백과사전일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은 구글이 세계정복을 위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자신의 DB에 다 끌어다 모으고
온갖 분석도구와 서비스를 개발해내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MS가 세계정복을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을 먼저 했었다는거다.
지금 보면 MS의 세계정복 계획은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지 싶다.
구글 역시 1세대 경영진이 물러나면 비슷한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

MS의 세계정복 계획의 일환으로,
정보의 디지털화를 시도했는데 그 열매가 바로 엔카르타 백과사전 CD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96년 경에 일본인의 백과사전 편집인이 쓴 '컴퓨터와 출판(정확한 제목은 기억이 안난다)'라는 책을 본 기억이 나는데, 당시 백과사전 출판업계에서 MS의 엔카르타는 정말 심각하고 거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그 일본인 백과사전 편집인도 MS 엔카르타를 분석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열라 단점을 부각시키고 있었다.

기존의 권위있던 백과사전인 브리테니커 같은 것들이 5억불에 매각되고 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는데, 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엔카르타 백과사전의 퀄리티 문제를 계속 지적하고 있던 것이다.

MS는 CD백과사전의 정보 분량을 신속하게 채우기 위하여
당시 마이너 백과사전 출판사들의 판권을 M&A형태로 무차별적으로 확보한 다음
정보들의 품질을 따지지 않고 그냥 막 기계적으로 집어넣은 것이다.

엔카르타 96년도판에 이르러서는 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록된 내용의 오류가 지적되기 시작하고 그것이 심각하게 나타난 것이다.

한국에 관한 역사나 정보는 한심했다.
가야가 일본 속국이었다는 식의 임나일본부설이 정설로 버젓이 수록되어 있거나
한국어가 일본어의 방계언어에 불과하다는 따위의 헛소리들이 엔카르타의 내용이었던 것이다.
당시 한국에서 언론 정부까지 들고 일어나서 난리를 쳤던 모양이고,
결국 MS는 한국 외무부에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MS는 이미 팔린 엔카르타 CD 미디어들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회수하거나 리콜을 안 했던 것이다.
미안하다고 립 서비스만 하고 말았다.

'재무적으로'는 그것이 옳은 결정이었겠지.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멍청한 결정이었다.

오프라인 CD롬 미디어의 단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정보의 갱신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후 MS는 엔카르타 백과사전 사업을 십수년 정도 지속했는데
위키백과사전에게 결국 처참하게 밟혀 죽었다고 할 수 있다.

자본이 혁신을 못 이긴 경우다.


MS의 혁신 속도가 점차 둔화되면서 마침내 세계정복의 꿈은 물건너가고
이제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단계까지 진입하고 있는 것 같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서는 뭘 하고 있었느냐는 거다.
엔카르타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 업계에서 내놓은 유일한 대안은 이거였다.
한메컴퓨터사에서 엔카르타와 똑같은 모델을 가진 CD롬 백과사전 사업을 시작한 거였다.
그게 98년도였다.

패스트 팔로우에 너무도 익숙한 한국식 대응법이다.
당연히 망했지...



오픈소스 이념에 의한 개발방법론은 현재 한창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약점이었던 자본의 부재는 이미 거대기업들이 오픈소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서비스형 사업모델로 전환하면서 해결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리쳐드 스톨만이 못생기고 늙고 뚱뚱하며 성격이 더럽고 까탈스럽고 추하다는 점 때문에
외모와 외면을 중시하는 한국 사람들이 안 좋아하는데
실질적으로 리처드 스톨만의 이념이 진짜 절반 이상 승리한 건지도 모른다.
(프리소프트웨어에 기반해서 서비스 사업을 하라는 주장을 했는데
굵직굵직한 성공사례들이 이미 수없이 많이 나타났으므로 그 효용성이 증명된 것임)

미국발 혁신형 기업가들이 그런 변화를 주도했다.

한국은............
안구에 습기가 찬다.
기술자들이야 뭐 이런 변화를 다들 잘 알고 있지.

문제는 생각이라는 것을 할 지능이 부족한
파이넨싱 지상주의의 빈카운터(Bean Counters)들과
(보통 성윤리의식이 낮고 천민자본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이 많음)

탁상물림 고시생 출신 관료집단,
(암기과목에 능하고, 허영 말고 교양이 없음)

자신이 물리학 법칙까지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는 미친 정치인집단과 그 광신도들
(얘네들은 구제불능임..)

아닐까 한다.
이 사람들이 룰메이커(Rule Maker)라는 꼭지를 틀어쥐고 있으니
나라꼴이 이지경인 듯 하다.
(사실 그들이 만드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룰메이킹이라기 보다는
국가발전을 저해하기 위해 법률 같은 것으로 방해공작을 펴는 행위를 하는 것임.
진짜 룰은 그들이 만드는 법률 보다 근본에 있기 때문에
절대 그들의 의도대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는다는게 맹점이다.)


어째 조선시대 말기 세도정치 시기를 다시 재연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부정부패가 점점 더 만연하기 시작하는 징후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