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문화 전시회 : 평생소원 하나를 풀었다..
http://kansong.org/exhibit/exhibit_ing.asp
이번 추석연휴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회사에서휴일 근무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
할 수 없이 이틀 정도 집사람이 올라오기로 했기에
짬을 내어 서울 동대문 DDP 건물 구경이나 하러 가기로 하였다.
자하 하디드 건물이 엉뚱하게 거기에 왜 들어섰는지에 대해서
원체 말이 많긴 하지만...
나도 솔직히 역사성을 가진 이 장소에 이런 타입의 건축물이 들어서는게
적절한지 의문은 가지고 있다.
다만 건축설계의 질은 매우 좋은 것 같았다.
시공 부분에서 바닥이 우글우글 하다던가 해서
조금 완벽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외장재 판금물 하나하나 전부 다른 것들로 디자인해서 쓴 것을 보니
확실히 돈지랄을 하면 어찌됐든 뭔가 되긴 하는구나 싶다.
DDP 건물에서는 코코샤넬 전시회도 하더라.
입장료가 무료라서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전시물들에 대한 컨텍스트를 거의 모르는 나로서는
전시의도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전시된 골동품들이 샤넬이 돈 주고 산 건지
어디서 난 건지 자체를 모르니...
암튼 자하 하디드, 샤넬 이딴 잡것들을 한 방에 훅 날려보내는
간송문화 전시회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과장없이 평생 소원 하나를 풀어주었다.
입장료가 하나도 안 아까운 수준이 아니고
이 작품들을 보여준다는 사실 자체가 그냥 감사하고 황송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대표작인 신윤복 미인도.
이런 허접한 캡쳐 사진 따위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진정한 아우라를 볼 수 있었다.
실물의 크기, 실물의 질감, 실물의 터치, 실물의 냄새, 실물의 색깔, 실물의 입체성, ...
신윤복이 여기다 대고 직접 그렸다는 말이구나 상상하면서,
한참 들여다 보았는데 도저히 다음 작품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압도적인 작품이었고 정말 명불허전이었다.
90년대 배낭여행 가서 모나리자를 보고 엄청난 실망감을 느꼈을 때와는 대조적인 느낌이다.
모나리자는 사실 명성에 비해 너무 허접했었다.
모나리자의 아우라를 느끼기에는 작품과 관격 사이의 간격이 너무 멀긴 했다는 점도 감안하자.
문제는 신윤복 미인도가 아니고 그 다음부터였다.
이건 뭐....
국보급 작품들이 계속 계속 계속 계속 있는거다.
무슨 작품 하나를 그냥 슬쩍 지나갈래야 갈 수가 없다.
정선 작품 몇개만 내 놨던데 그것만 봐도 정신이 아득해진다.
김홍도 작품은 딱 하나 있던데 황금색 고양이와 극단적인 세필만으로 김홍도의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주는데 충분했다.
김명국 작품 보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심사정 작품 보고 울 뻔 했다.
이정 작품은... ㅎㅎㅎ
추사 작품 보고 한 숨을 내 쉬다가, 그걸(고사소요) 간송선생이 모사한 방작이 있는 걸 보고 헛웃음까지 나왔다.
보화각 이름이 괜히 보화각이 아니구나.
작품의 질이 다르다.
핵폭탄을 머리에 맞고 다시 흐리멍덩한 회사에 나간다.....
하지만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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