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7일 월요일

DGIST 노환진 교수의 과학기술 정책 관련 의견

DGIST 노환진 교수의 과학기술 정책 관련 의견


대전의 과학기술 언론사인 HelloDD에서 난 기사다.
http://www.hellodd.com/news/article.html?no=50903

기사 말미에 발표자료가 아래아한글 포멧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아래아한글 파일이라는게 좀 짜증스럽긴 하다.
http://www.hellodd.com/news/download.html?no=50903&atno=37937

pdf로 저장할 줄 아는 센스도 없는 기자 같으니라구.

과학 관료 출신 교수가 과실연이라는 단체에서 토론회를 하는데서 발표한 거라고 한다.
관료출신이면서 관료를 비판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과학기술은 자기를 객관화하여 비판하는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강하게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의 제일 큰 문제인
'공무원 갑질 문제'를 주요 비판점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반갑다.

그래도 제정신인 사람이 가끔은 있긴 하구나 싶다.

내용을 대충 요약해 보면...
현재 얼마나 개판인지 나열하고 설명하고 있다.



(1) 공무원 전문성 부족
연구개발이 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공무원이 잘 없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무식하다는 것.
무식한 공무원이 제 깜냥도 모르고 방자하게
과학기술자의 목줄(예산권)을 가지고 쥐고 흔드는 형국이므로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2) 공무원식 조직논리
공무원 세계는 판타지한 세계다.
심지어 물리법칙도 왜곡되는 특이점이다.
탐관,오리 말고 혹리(酷吏)라는게 있다.  사마천의 사기가 아마 출전일 거다.
혹리라는게 뭐냐면
규정을 칼 같이 지키는 식으로 백성들을 엿먹이고 혹사시키는 악마같은 관료를 말한다.
이런 혹리를 잘 표현한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라는 영화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공무원은 이렇게 생겼고 이런 일을 한다.
그런데 현실의 공무원과 전혀 다르지 않고 정말 똑같다.


(3) 공무원 순환보직
또라이 공무원을 1년 동안 노력해서 겨우 이해시켜 놓으면, 인사이동이 생겨서
또다른 또라이 공무원이 새로 온다.
그러면 그 또라이를 새로 가르쳐야 한다.
개중에는 가르침을 거부하는 상또라이도 많다.


(4) 공무원 부처이기주의 + 퇴직후 일자리
(5) 관피아, 낙하산, 전관예우

휴...  말을 말자.


(6) 예산권을 가지고 모든 것을 좌지우지
벌벌 떨면서 PT자료 프로젝터로 띄우면서 40만원주고 프리랜서에게 만들게 시킨 플래쉬 애니메이션 같은걸 보여주면서 심사 받는 장면 참 흔하다.
점심먹고 지겨운 눈빛으로 앉아서 흐리멍덩하게 공격할 거리를 찾는
멍청이 심사관들(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극히 공무원 스러운 인간들).
더 한심한 것은
예산 집행하고 제출하고 준비해서 입에 떠 넣어줘야 하는
각종 서류, 근거자료, 행정업무의 압박.


(7) 연구비를 마치 은전을 배풀어주는 듯한 관념
정치인, 공무원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너희 연구자들은 전부 돈 빼돌려서 먹는 무능한 노예들이야"
그래서 모든 법률이나 감사가 이런 관점에서 진행된다.
연구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한 다음
손발을 꽁꽁 묶는 것이다.


(8) '위원회'
공무원이 만든 얼굴마담이다.


(9) 연구기관장
낙하산.


(10) 연구기관 재량권
그런게 있었나????


(11) 연구기관장 평가
평가하는 꼬락서니 보면 좀 그렇다.
경영성과 평가 어쩌구 하면서 온갖 미사여구는 다 갖다 붙여서 서류는 잔뜩 만들어내는데
알맹이는 없다.


(12) 국책과제
국책과제 심사해서 선정되는 기준은 하나다.
"사업화 해서 매출이 얼마 일어날 것이냐"
이건 국책과제 기준이 되면 안될 것 같다.
"기술적으로 얼마나 성취를 이루었느냐"
라던가
"공공복리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같은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13) 본질을 외면한 과제평가
역시 그냥 경제논리가 유일한 기준이다.
미친거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비판을 하고 있고
(물론 위의 요약문은 정확한 내용을 반영한 건 아니다)
그 원인을 다음과 같이 잡고 있다.



  •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 부족
  • 정책 주도 역량 부족
  • 공무원 전문성 부족
  • 관료주의 + 공무원 도덕적 해이
  • 정책 품질의 후퇴



해결책은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 사고방식을 바꿔라.
  • 공무원을 전문가로 교육시켜라.
  • 공무원을 정년까지 일하게 해라.
  • 이익의 충돌을 관리하라.
  • 연구사업은 연구기관에 다 넘겨라.
  • 연구기관에 자유로운 예산 주고 자율성을 키워라.
  • HRD 해라.
  • 과학기술과 인문사회를 같이 해라.
  • 정책을 새로 손봐라.
  • 법률을 새로 손봐라.





그런데 노환진 교수가 지적한 공무원 문제도 있지만
그가 언급하지 않은 과학기술자의 문제도 있다.

공무원 논리에 천착하고 영합한,
변질된 과학기술자의 존재가 그것이다.
연구개발의 실제적 활동을 등한시하고
로비, 룸싸롱, 리베이트, 유착, 술책에 능한 가짜 과학기술자가 그것이다.
겉으로 보면 엄청 순진해 보이는 센터장급 이상 박사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꽤 많다고 생각된다.
이력을 보면 꽤 화려한데 알고보면 제자나 부하직원의 공을 가로챈 경우도 많다.
(보통 그런 부류들이 승진도 잘 하고 잘 나간다.)
교수들 중에도 그런 인간들이 좀 있다.
중기청 과제 심사위원으로 등록된 지방대 교수라면 일단 의심해 볼 만 하다.

암튼 나도 여럿 봤다.
토나오는 걸 참느라 곤욕스러웠다.



뭐 암튼...

세상이란게 원하는만큼 충분히 깨끗해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한다는 위기감 정도 공감대는 형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