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8일 금요일
HWP 포멧 공개는 한컴의 비지니스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여기에 쓴 글임 : http://kldp.org/node/135591
HWP 포멧의 자유소프트웨어 워드프로세싱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직 이것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자유소프트웨어를 지지하는 많은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족의 큰 요인이기도 하죠.
하지만 한컴의 노력에 의해 성립된 기술을 무조건 공공재로써 오픈하라고 강요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시장정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강요는 할 수 없겠지만, '설득'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일단 한컴의 사업현황을 먼저 파악해 보고, 이를 통해 한컴 측의 입장이 어떨까 역지사지 개념으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사업현황 파악 자료는 공개된 것 중에서 비교적 잘 서술되어 있는 서울대 투자연구회 동아리에서 작성하여 공개한 분석보고서를 참고해 보았습니다. (by 구글링)
2011년까지의 자료입니다.
http://www.snumidas.com/article/2012_1/12_1_1_1_Hancom.pdf
대략,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계속 상승국면에 있고 37% 수준에 도달하였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특성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 무시무시한 영업이익률입니다.
(애플이 잘 나갈 때 영업이익률이 20%를 상회했고, 삼성전자는 5% 수준 도달해서 아주 좋다고 했던 점을 참고... 제조업은 영업이익률 5%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고 합니다.)
시장점유율은 국내에서 20% 조금 못미치게 유지하고 있으며 아주 견고해 보입니다.
(물론 나머지 80%는 MS오피스 이고요.)
해외시장 점유율은 5% 정도로 나와 있는데, 역시 나머지 95%는 MS오피스 입니다.
(물론 이 자료에서는 오픈소스 오피스 제품은 포함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상업용 제품이 아니니까요.)
잘 아시다시피, 국내시장 20% 방어에 성공하는 나라 자체가 없다고 보면 되겠죠.
회사의 재무상태도 매우 탄탄합니다.
부채비율이 굉장히 낮고(10%), 자기자본비율이 90%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R&D 투자비중은 경쟁업체 대비하여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으므로, 연구개발에 소홀하다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꾸준하게 신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죠.
한컴이 비난받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관공서 납품에 의존해서 먹고 사는 업체라는 것인데
실제 전체 매출에서 관공서 납품 매출이 가장 큽니다.
하지만 이런 오명을 씻어내기 위해(?) 나름대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눈에 확연히 보이기 때문에, 비난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1) MS오피스 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한다. (홈에디션의 경우는 1/6수준)
(2) 민간기업에 판매한 한컴오피스 제품 비중을 꾸준히 끌어올려 37% 수준까지 도달하였다.
(3) 모바일, 웹 씽크프리 솔루션등 신제품의 매출 기여 비중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4) 한컴오피스의 견제효과로 인하여, 한국에서 판매되는 MS오피스의 가격은 세계평균 가격보다 더욱 낮게 형성되어 소비자에게 간접적인 이익을 주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한컴의 매출원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한컴오피스 소프트웨어의 판매인데요.
전통적으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여기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최근 시장환경 변화와 함께 자사 스스로의 노력에 의하여 웹/모바일 오피스 솔루션 매출 비중이 확 늘어나서, 덕분에 데스크탑 오피스의 비중이 2012년도부터 60~70% 수준으로 줄어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전체 매출액은 크게 증가하고요. 그 중에 구성 비율이 변화했다는 것입니다.)
한컴리눅스 등 오픈소스 관계된 매출은 5% 정도 수준으로 보이는데, 이 부문에서도 비중이 아마 꾸준히 늘어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예상해 봅니다. (국방부가 MS정품 구매 압박에 결국 짜증 폭발하면서 리눅스 환경으로 바꾸거나 하게 되면 대박이겠죠. 국방부 같은데서 한컴리눅스를 깔거나 할 테니... 이런 가능성도 중기적으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무튼 데스크탑 오피스 제품의 매출 비중이 계속 낮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중요한 주력 매출원이기 때문에 아래아 한글을 포함한 오피스의 오픈소스화는 한컴 입장에서 어불성설이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일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생존이 최우선이니까요.
다만, HWP 포멧의 완전한 공개가 이러한 한컴의 사업에 방해가 되는가 하는 점에 의문을 가지고, 설득의 포인트로 삼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즉 "HWP 포멧을 완전 공개해서, 자유소프트웨어 라이센스를 가진 보조적인 솔루션이 나타나면, 오히려 한컴의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한컴사에 확신을 주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몇가지 논리를 세워 보았습니다.
(1) 국내시장 20%, 해외시장 5% 유지하는게 계속 가능할 것 같은가?
--> 아마 한컴 스스로도 자신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HWP 포멧을 공개하여, 경쟁 제품은 물론 자유소프트웨어에서 HWP 포멧을 전부 지원하게 된다고 할 경우, 오히려 HWP 포멧이 현재보다 더 자유롭게 교환될 수 있으므로, 한컴사에 유리한 사업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즉, 한컴오피스를 사용해서 높은 퀄리티의 작업환경을 누리는 정품사용자들에게 더 좋고, 또 한컴오피스를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들조차도 잠재적으로 한컴오피스를 구매하여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거죠. 왜냐? 데이타 교환에 아무 장애가 없으니까,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안정성이 더 좋은 제품을 선호할 것이니까요. 돈 없는 사람은 자유소프트웨어로 좀 불안하더라도 그냥 쓰고, 그것에 만족 못하면 한컴오피스 사서 쓰면 되고, 한컴오피스의 퀄리티는 MS오피스에 뒤떨어지지 않으므로 가장 값비싼 MS오피스의 점유율을 거꾸로 잠식해 들어가는게 가능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자유소프트웨어는 오히려 한컴사에 우호적인 세력이 되는 것이지 절대로 적대적인 세력이 되는 작용을 하지 않게 되는거죠.
반대로, HWP 포멧을 공개하지 않고 지금처럼 수세적인 전략을 고수할 경우에는, MS오피스 포멧에 거꾸로 야금야금 잠식당해 결국 소멸될 지도 모릅니다.
(2) 한컴 자체 개발력으로 모든 플랫폼에 대응 가능한가?
--> 한컴의 R&D 투자는 결코 적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경쟁사 대비 훨씬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모든 솔루션을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며 역부족입니다. 이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죠.
리눅스용 아래아한글의 지속적인 개발은 포기한 것 같고,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자유소프트웨어가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자신이 먹지도 못하는 작은 시장이라면, 과감하게 오픈해 주면, 자사의 R&D 노력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사용자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습니다.
좋은 사례로, IBM이 자사의 유닉스 솔루션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모험적으로 리눅스 솔루션으로 과감하게 전환하였던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리눅스 플랫폼의 솔루션으로 전환하면서 동시에 아파치 재단을 지원하여, 수많은 오픈소스 개발자들의 개발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IBM 스스로 폐쇄적으로 개발할 때 보다 더욱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결정 덕분에 IBM이 여전히 강력한 회사로 생존하는게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때 그렇게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IBM은 이미 망했을지도 모른다고요.
즉 한컴 스스로 리눅스 등의 마이너한 플랫폼에 대한 지원을 할 자신이 없으면, 오픈소스 개발자들을 활용하여 외연을 확장할 기회를 잡는 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3) 거대한 MS와의 정면대결이 현명한 것일까?
--> 거대기업과의 정면대결에서 승산이 없을 경우, 사업모델을 전환하여 생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즉, 오피스 판매가 지금은 비록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중요하지만, 향후 수년~십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마찬가지일리는 없을 것입니다.
사업환경이 급변할텐데, 이에 대해 미리 대비하여 사업모델을 전환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데스크탑 오피스 사업은 아마 환경변화로 인해 크게 쪼그라들 것입니다.
(가상화 데스크탑, 모바일, 웹 등등... 잘 아시쟎아요.)
일정 시점에 가서 더이상 사업성이 없게 될 때, 이 기반을 그냥 죽여버리고 그 가치를 사장시켜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단계에 가서는, 해당 기술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최대한의 수익을 뽑아내려면, 소프트웨어의 직접 판매 사업모델을 버리고, 서비스 및 기술공급 사업모델로 바꾸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좋은 사례로는... Open-Cascade라는 3D CAD 커널 라이브러리가 있던데, 물론 오픈소스입니다.
프랑스의 마트라사에서 유클리드라는 3D CAD 소프트웨어를 독자 개발했는데, 이걸 시장에 판매하려고 보니깐 이미 엄청나게 강력한 경쟁제품들이 이미 시장에 떠억하니 있었던 사정이 있다고 합니다.
GE의 파라솔리드, 닷쏘의 ACIS 같은 더 좋은 3D CAD 커널들이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승산이 없었던 거죠. 그렇다고 힘들여 개발한 기술을 사장시킬 수는 없고 해서 결국 과감하게 '오픈소스'화 해 버린 거죠. 물론 마트라사는 사업모델을, 'CAD 소프트웨어의 판매'가 아니라 'Open-Cascade 라이브러리의 교육과 기술서비스'로 변경해서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했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만일 이당시 마트라사가 오픈소스화라는 처방을 내리지 않았다면, 승산없는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파산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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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나름대로 HWP 포멧의 전면 개방이 한컴사에 이익이 된다는 논리를 세워 보았는데, 이게 설득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다만 이 논리는 저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나름 타당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한컴사에서 HWP 포멧의 공개를 하고, 또 여력이 있다면 HWP 포멧을 다룰 수 있는 재단(재단이 뭐 별건가욧) 같은 형태를 설립해서 오픈소스화된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는 형태도 좋을 것 같습니다.
HWP 포멧의 불완전한 공개자료를 가지고, 몇몇 해커분들이 Evince 뷰어 같은걸 불완전하나마 고군분투해서 만들어내는 걸 보니, 그런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고 또 한 사람의 유저로서 답답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너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는데 정말 좋지 않습니다.
한컴오피스는 세계수준의 훌륭한 제품이며, 한컴사의 우수한 기술력과 노하우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리눅스 등 한컴에서 미처 지원하지 못하는 플랫폼에 대한 오픈소스 솔루션은, 한컴의 비지니스에 도움이 되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한컴 경영진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해 봅니다.
(한컴의 경영권은 현재 지분 5% 정도를 가진 소프트포럼 http://www.softforum.com/ 이라는 회사에서 유지하고 있나본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좋은 형태라고 생각됩니다. (최대주주는 어떤 사모펀드인 것 같음) 소프트포럼이라는 회사는 보니깐 Xecure 라는 보안솔루션을 만드는 곳 같던데... 이런 보안솔루션은 은행이나 관공서에 납품하는게 주력일 것인지라, 리테일 사용자들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좀 둔감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기존의 경영관습을 한단계 넘어선 보다 세련된 경영적 판단이 필요할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한컴 경영진들도 심사숙고 하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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