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6일 목요일

특허권의 가치 변질


특허권의 가치 변질



인간 역사에서 모든 제도나 관습은 항상 시간이 흘러가면서 변질되게 마련이다.
이러한 '변화'는 그보다 앞서 움직여가는 시대정신에 맞게 변화되어가기도 하고,
반대로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해결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퇴행되는 '변질'로 전락하기도 한다.

특허권 제도는 변화일까 변질일까.

특허권 제도가 처음 도입되던 시기의 원래 취지와
현재의 특허권 제도가 어떤 목적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를 비교해 보면
판단이 될 것 같다.

원래 특허권 제도는 영국의 존 왕이 처음 만들었다고 하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원래의 취지는 '기술의 공유, 공개' 였다.
비밀스레 숨겨진 기술들을 세상에 드러내게 하는게 존 왕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왕의 권력으로 무작정 공개하라고 강요할 경우,
기술의 존재 자체를 숨겨버리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므로
대신 당근을 사용하여,
기술을 공개하는 대신 일정기간 그 기술의 독점권을 왕이 보장해준다는 것이었다.

즉 독점권보장 보다 기술공유에 실제의 취지가 있었던 것이다.
영국식 공리주의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의 기술특허 분야가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회의감이 든다.
기술자가 기술공유를 하면 오해를 받거나, 위법행위로 산업스파이 취급을 받을 위험에 노출된다.
대신 기술을 꽁꽁 숨기고 독점권을 추구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특허제도를 이용하여 독점권을 추구하는 목적은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몇가지로 압축되는 듯 하다.


1. 경쟁기업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 방어 목적
2. 경쟁기업을 공격하기 위해서 --> 공격 목적
3. 그냥 불안해서 --> 심리적 요인
4. 관료주의 --> 특허권이라는 '서류쪼가리'로 기술 보유 여부를 증명.


특허권 제도를 통해 기업들이 얻는 이익은 얼마나 될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특허권 제도는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 보다
기업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더 큰 것 같다.
특허 출원 및 유지비용이 크지 않다고는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무시못하는 비용이 들어간다.  관납수수료/변리사 비용 말고도 그 특허를 실제로 유지하고 활용하려면 의외로 돈이 꽤 들어간다.
특허소송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투입되는 비용의 규모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때부터 변리사/변호사들은 서류와 혀만 가지고 돈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기업은 승리하든 패배하든 무조건 손해본다.

직접 비용 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 훼손 등 무형의 손상도 무시 못할 것이다.

애플vs삼성 소송을 통해서 애플이 이익을 봤나?
이 소송은 애플이 이익을 보려는게 아니고 잡스식 표현대로 '열원자폭탄 전쟁'이다.
핵무기를 쓰는데 아군이 무사하다는게 말이 안돼지.
애플은 자신의 유무형 가치 손상을 감수하면서 섬멸전을 벌인 것이다.
물론 그 섬멸전은 실패한다.


예전에 벤쳐기업인 도담이 감시경계로봇의 아이디어로 특허를 보유했는데
그걸 가볍게 무시한 삼성테크윈의 사례는 어떨까.
특허소송에서 대기업의 빵빵한 변호사와 법조계 영향력을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처참하게 발렸다.
도담은 결국 아무 짝에도 쓸모없게 된 자사 특허를 퍼블릭으로 라이센스를 풀어버린다.
특허를 내면 뭐하나.
대기업은 특허권 신경도 안쓰는데.
법은 공정하지 못했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 증명된 법적 제도가 제대로 작동될리가 없다.


그럼 해결책은?


특허권 제도를 없애거나 극적으로 손을 봐야 된다고 본다.

이런 생각을 신통하게도 지구 반대편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스웨덴의 해적당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람들은 특허권 제도를 포함한 저작권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보는게 목적인 정당이다.

문제는 특허는 속지주의라서 각 나라마다 전부 제각각이며
실제적인 강제력을 가진 국제기구 자체가 없다.
따라서 한국 혼자 특허권 제도를 손보는 식으로 해 봐야
(그럴 가능성도 전혀 없지만)
바다에 조약돌 던지기일 것이다.

다만 시대정신의 흐름이 특허제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흐르도록 생각과 문화를 바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불행히도 한국의 특허청이나 관료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역시나 무지하기 때문에
(무지한 것은 둘째치고 이해관계자들의 잇권 관계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특허권 제도를 오히려 강화하고 경직되게 만들어 나가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특허 부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기사들을 보면 증명된다.

소프트웨어 특허 뿐만 아니라 디자인 특허도 그렇다.
판례 자체도 부족할 것이고 판단 기준도 애매해서
제대로 된 공정한 판결이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얼핏 보기에 공정한 것 처럼 보이는 판결이 나더라도 그것이 나중에 가서는 엉뚱한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가 꽤 많을 것이다.)

또 GPL 관련 소송에서 우리나라 법관들이 보여준 프리 소프트웨어에 관한 무지도 주목할 만 했다.
시대의 흐름을 모르는 관료와 법조인들.
이게 문제라고 본다.
물론 관료와 법조인들은 기본적으로 혁신(Innovation)을 추구하도록 세뇌되지 못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한계성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느긋하게 있을 수 없는 것이...
이런 것들이 국력을 좀먹어 들어가기 때문에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세계적으로 보면 특허권 제도에 의문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꽤 많아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파도를 느끼지 못하고
나중에 닥쳐올 거대한 해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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