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5일 화요일

OpenSource PLM에 관한 생각


OpenSource PLM에 관한 생각

PLM 시스템은 전통적으로 3D CAD 개발업체에서 나온 전용 솔루션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된 시기가 있었다.
Pro/E를 쓰는 회사에서는 거기에 딸려서 붙어나오는 IntraLink 및 그보다 발전된 WindChill 같은 것을 쓰고,
CATIA는 Enovia 쓰고 뭐 이런 식으로...
간혹 해당 CAD와 붙어서 쓸 수 있는 3rd Party 솔루션도 있으나, 역시 전용인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전용 PLM 시스템은 거액의 도입비용 및 높은 실패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중소기업들은 그냥 없는 셈 치고 살았고
대기업들은 실무자의 고통과는 상관없이 시스템에 실무자(인간)들이 갈려들어가는 구조였다.
탁상머리 산업공학의 실패 아닌가 싶다.

최근 수년간의 동향을 보면,
특정 3D CAD에 종속되지 않는 개념의 PLM 솔루션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는데,
그와 함께 몇가지 특징들이 보인다.

(1) 웹서비스 기반 (클라우드화)
(2) 오픈소스 (커스텀 개발 가능하도록)
(3) 패키지 판매가 아닌 유지보수 서비스 판매 모델로의 전환 (서비스업화)

대표적으로 실적이 좋은 솔루션이 바로 ARAS INNOVATOR인 것 같다.
미국 MIT 출신 개발자들이 뚝딱뚝딱 만들어서 사업화 한 거라고 한다.
완성도가 높고 외국 대기업들 중에 채용한 사례가 많다.
계약을 하고, 아마존 클라우드나 MS 애저에 클라우드 서버를 개설하고, 요구조건에 맞춰 몇가지 기능 첨삭을 해서 서비스를 해 준다.
시스템 유지보수는 계약한 벤더가 알아서 해 주니 편하다.
대신 고정 비용이 들어간다.
만일 스스로 개조,유지보수할 자신이 있다면,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직접 설치해서 써도 된다.

문제는 이 녀석은 MS .Net 기반으로 개발된 거라는 점이다.
MS 윈도우 서버에서만 돌아간다.
또 (최근 버전업되어 해소된 것 같지만) 최근까지는 MS IE 브라우저에서만 이상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울러, 대기업 사용을 상정하다 보니 지나치게 복잡하고 거대하다.
꼭 필요한 기능이 많이 빠져 있어서, 이걸 집어넣으면 건건마다 비용이 발생한다.

간단히 말해 이름만 오픈소스고, 실무에 실제로 쓰려면 그냥 상용 솔루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솔루션조차 부담스럽다면 진짜 오픈소스를 찾아야 할 것이다.

제일 눈에 띄는게 2가지였다.

(1) OpenPLM
(2) DocDoku

이중에 OenPLM은 파이선 쟝고(python Django) 웹프레임웍으로 개발된 것이다.
가장 해커스럽다고 할 만 하다.
구성에 필요한 유틸리티들은 전부 오픈소스를 끌어다 만들었다.
그런데도 의외로 상당히 강력하다.
VirtualBox로 패키지화된 것을 받아다가 바로 실행시켜 이것저것 사용해 봤더니 상당히 좋다.

가벼워서 반응이 상당히 빠르고,
3D STEP 어셈블리 파일을 업로드했더니 그걸 자기가 처리해서
곧바로 BOM까지 만들어준다.
전체 어셈블된 3D 모델 및 그 구성부품들 각각을 별도로 3D로 볼 수도 있다.
PDF로 된 도면은 각 파트마다 따로 업로드해 줬더니 웹브라우저에서 바로 열람이 가능하다.

부품번호를 자동으로 매겨주는 로직을 자사 규정에 맞게 고친다던가 하려면
소스코드를 좀 손봐야 하겠지만, 파이썬 쟝고 개발자가 만약 있다면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이 솔루션은 현재 개발이 버전 2.0에서 중단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DocDoku는 기존의 OpenPLM보다 좀 더 진보된 모습을 보여준다.
더 성숙된 JavaEE 기반으로 된 웹서버로 구성된다.
또 더욱 최신 웹기술이 대거 적용되어 있다.
화면도 깔끔한 디자인이다.
기능도 더 많은 것 같다.
사업화도 나름 잘 되고 있는 것 같으므로 개발이 갑자기 중단되거나 할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서버 구성이 꽤 어려워 보인다.
내가 직접 하기는 좀 부담스럽다.
직업적인 자바 서버 개발자나 관리자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또, OpenPLM처럼 3D STEP 파일을 업로드하는 것만으로 BOM이 자동으로 구성되고 각 부품들이 자동으로 배치되는 기능이 아직 없는 것 같다.
각각의 부품들을 직접 하나하나 올린 다음에 그걸 좌표 및 오리엔테이션을 입력해서 어셈블해야 하는데 이건 정말 비현실적이다.
CATIA 플러그인이 있어서 이 경우에는 자동적인 구성이 되는 것 같기는 한데, CATIA 커넥션은 유료로 별도 제공된다.
또 국내 벤더도 아직 없다.

OpenPLM이든 DocDoku이든 간에 모두 GPL V3 기반이라, 데이타 변환 같은 기능들은 FreeCAD 같은 다른 오픈소스를 갖다 넣어 쓴다.
현명하고 효율적인 선택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보기엔, 중소기업 구조설계자에게 딱 맞는 솔루션은 오히려 OpenPLM 쪽인 것 같다.
복잡성도 낮고, BOM 구성하는데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을 크게 단축해 준다.
(물론 보완해 줘야 할 것들이 몇가지 있기는 하지만, 기본 개념 자체는 아주 좋다.)

OpenPLM은 철저하게 ISO10303 STEP 기초를 둔다는 개념이 확실히 처음부터 잡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모든 3D 데이타는 표준 STEP 파일을 통해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단순성과 범용성을 동시에 만족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쓸데없는 잡 정보는 다 걸러버린다.
이런 단순성은, 맨파워가 충분해서 실무자들이 일을 분업하는 것이 가능한 대기업에게는 안 맞겠지만,
소수(1명 또는 1개 팀)의 설계자가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하는 중소기업에게는 꼭 필요한 특성이다.


만약 내가 PLM을 직접 개발한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 다음 특징과 기능들을 반드시 넣을 것 같다.

(1) 제품 전체 어셈블리 모델링 파일은 3D STEP으로 업로드.
(2) 2D 도면은 PDF 및 DWG 2가지를 반드 동시에 업로드. (DWG 파일만 올릴 경우, 웹브라우저에서 직접 보기가 어렵다.  상용 솔루션을 또 사다가 갖다 붙여야 구현 가능한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3) 부품번호=부품명칭으로 동일화하거나 부품번호 자동으로 매겨지도록 로직 구성. (이 경우 부품명칭은 반드시 유일성을 갖도록 설계자가 잘 정해야 한다.  보통 프로젝트 네임을 두문자로 넣으면 중복 우려가 크게 줄어든다.)
(4) STEP 파일을 서버에서 자동 해석해서 BOM 및 PartList 작성, 각 부품별로 STEP 파일을 분해해서 알아서 저장.
(5) 기존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것과 동일한 이름의 것으로 중복이 발견된다면, 기존의 것을 대체하여 리비전을 올릴지 또는 기존 것을 그대로 쓸지 대화창을 통해 사용자가 결정하도록 함.
(6) 사용자가 고른 2D 도면을 서버측에서 Merge해 주는 기능, 웹브라우저에서 곧바로 볼 수 있는 기능. (하나의 파일로 합쳐서 다운로드..  실무자가 프린트하기 편하게.)
(7) 3D 모델은 WebGL로 변환해서 별도 플러그인 없이 웹브라우저상에서 직접 볼 수 있도록.  (가능하면 자동 분해 또는 수동 분해 기능, 단면 짤라보기 기능 같은게 있으면 좋겠는데 없어도 무방.)
(8) 리비전 관리는 새로 파일,정보가 갱신될 때 마다 자동으로 매겨지도록 한다.  리비전 갱신될 때는 반드시 자동으로 ECR,ECO 문서가 자동으로 생성되어 PDF로 저장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ISO9001 인증 준비할 때 필요한 구비서류 작업하는데 들어가는 삽질을 줄일 수 있다.
(9) BOM, PartList에 들어가는 항목(열)을 관리자가 임의로 정의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부품 단가 항목을 새로 추가한다던가.)
(10) BOM, PartList는 Excel 포멧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한국 기업에서는 Excel과 연계 안되면 안된다!)


아마 (4)번 기능이 좀 난이도가 있을 것 같은데, 능력있는 개발자라면 능히 구현 가능하다고 본다.  OpenPLM에서 구현된 바 있으니 이걸 레퍼런스로 갖다 써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다음 기능은 뺄 것이다.

(1) 프로젝트 관리 기능 (한국 중소기업에 독불장군식 꼰대(?) 경영자들 및 변심이 잦은 고객의 존재 때문에 체계적인 프로젝트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정 필요하면 다른 툴을 쓰는게 낫다.)
(2) 소프트웨어 형상관리 기능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형상관리툴은 따로 있으니.)
(3) 유저그룹 관리 기능 (불필요)
(4) PLM과의 DB 연동 (구현이 그다지 어렵지 않고, 또 필요성도 있긴 한데, 실무적으로 이걸 실제로 가동시키려면 구매팀이나 경영지원팀을 설득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쓸데없는 이런 노력을 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튼 이런식으로 심플하게 구성하면 쓸만할 것 같다.

PLM에서 흔히 생각하는 3D 모델링 원시데이타를 직접 관리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는 것이 일의 규모를 줄여준다.
결과 데이타인 STEP 파일만 가지고 다루도록 하면 소규모 프로젝트로 충분히 쓸만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이런 컨셉으로 개발해서 오픈소스화하고, 이걸 필요한 기업에 살짝살짝 커스텀화해 주면서 저렴한 유지보수비용을 받으면서 고정수입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도 성립하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서버는 뭐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에 올려서 해 주면, 자체 데이타센터 서버 관리도 필요 없으니까 순수한 소프트웨어 사업이 되지 않나 한다.
보통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나 개발자들을 보면, 그들의 고객인 '기업 경영자'를 생각하게 되는데, 영업적인 측면에서 실제 돈을 쓰겠다는 결정권자가 경영자이므로 당연하겠지만, 개발자는 그보다 실제로 그걸 사용하는 실무자(유저)를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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