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9일 토요일

STEP AP242 Standard

STEP AP242 Standard

3D 설계데이타 교환을 위한 국제표준 중립 포멧으로 STEP이 제정된지 수십년이 흘렀는데, 아직 CAD 분야에서는 STEP Native Modeler는 개발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현업에서는 대부분 AP203 및 AP214를 사용한다.

우선 AP203에 관해서.

IGES를 대체하기 위해 STEP 표준이 논의되면서, 제일 먼저 나온 사양이 AP203이다. AP 명세를 구현하는 실체는, 텍스트로 표현된 Express 스키마 문법이다. 이때는 아직 XML이 나오기 전이므로, 전용의 구문 문법을 개발해서 사용한 것이다. AP203을 주도적으로 제정한 곳은 미국 국방분야의 항공회사들로 보통 알려져 있다. 즉 보잉 같은 회사를 말한다. 초창기 표준이므로 가벼운 대신 담고 있는 정보가 좀 부족하다. 예를 들어, 내부에 구성되어 있는 엔티티들의 색상을 정의하는 구문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초창기 AP203 표준에 따라 구현된 STEP 파일 생성기로 만들어낸 STEP 파일을 CAD에서 읽어들이면, 색상정보가 다 빠져버려 탈색된 빨래 같은 것이 뜨게 된다.
물론 시대가 흐르면서 AP203도 계속 업그레이드 되었다. 따라서 요즘 사용하는 버전의 3D CAD 툴에서 생성한 AP203 STEP 파일들은 색상 정보를 담아낼 수 있다. 그리고, 어셈블리 구조를 모듈화하여 표현한 업그레이드 버전인 AP203-ed2가 거의 최종 버전인 것 같은데… 이 표준으로 생성할 경우에는 여러 CAD 시스템 간에 데이타 교환시 실패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서로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좋은 예로, CREO 2에서 AP203-ed2로 STEP 파일을 생성한 후에, 그 파일을 CATIA V5R20에서 읽어들이면 형상 재구성에 실패한다. 때문에 STEP 버전을 낮춰서, CREO 2에서 구버전의 AP203으로 생성한 후에, 그 파일을 CATIA V5R20에서 읽어들이면 성공적인 결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식의 미묘함 때문에, STEP을 이용한 이기종 CAD 간의 데이타 교환시에는 가능한 구버전의 STEP 표준으로 파일을 생성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그 대신, STEP 파일 안에 담기는 정보는 더 적어지게 되고, 실질적으로는 IGES 수준의 형상 정보 정도만 교환하는데 만족할 수 밖에 없다.
사실 AP203 표준에는 더 많은 정보를 담아내서 교환하는데 써야 하는게 맞는데, CAD 시스템에서 제대로 지원해 주지를 못한다. 예를 들어, 어떤 부품이 Made 인지 Bought 인지를 구분해 주는 아규먼트가 AP203의 Express 스키마 구문 중에 분명히 있지만(PRODUCT 관련 구문), CREO 이든 CATIA이든 간에 이 항목을 제대로 매치시켜 STEP으로 생성해 주지 못한다. 그냥 없는 항목처럼 무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생성된 STEP 파일을 PDM 시스템에 업로드 해서 해석하여 데이타베이스화하고자 해도, 형상 정보 이외의 이런 부가 정보들은 현실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게 된다. 각 CAD 시스템이 STEP 표준을 이렇게 대충 지원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자사 전용 포멧을 고객에게 강요함으로써 시장지배력을 올리고 또 고객을 자사 솔루션에 종속시키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AP214에 관해서.

한편, AP214는 독일쪽 자동차 업계에서 주도하여 2000년 경에 확정되었다. 미국에 정면 대항하려는 목적도 있지 않았을까. 당연히 AP203보다 더 발전된 사양으로, 방대한 명세를 포함한 거대한 포멧이 되었다. 그러나 이기종 CAD간 호환성은 확실하게 AP203보다 확연히 떨어진다. AP214로 생성한 파일을 협력업체에 보냈을 때, 높은 확률로 "이 파일 읽어지지가 않아요"라는 전화를 받곤 한다.
내 경우엔, 이전 직장에서는 시제품 제작을 위해 목업 업체에 보낼 데이타는 AP214를 사용했다. 함께 서로 포멧을 조정한 기간을 거친 후에, 안정적으로 데이타 교환을 했기 때무에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직장을 옮기고 다른 협력업체와 일을 하게 되자 그 새로운 회사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달라졌기 때문에 자료 교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AP203으로 포멧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AP214는 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아낼 수 있어 편리성은 높아졌지만, 이기종 CAD 간에 살짝 미묘하게 호환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범용적으로 사용하기는 곤란한 점이 있었다.

AP242

마침내 AP203과 AP214를 합쳐서 AP242가 제정되었다. 그리고 그게 다시 업그레이드 되어 AP242-ed2 확정이 다 된 거나 마찬가지다. ed2로 올라가면서, 온갖 정보들을 더 많이 담게 되었다. PDM 관련한 각종 부가정보들, 부품간의 조립 구속조건, 파라메트릭 구속조건, 제조 관련 정보들, 전장 하네스 설계 정보, 히스토리 정보,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정보, 3차원 기구학 애니메이션을 위한 정보 등등. 이제까지의 전례를 봤을 때, 각 CAD 개발사들이 과연 AP242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준수해서 제대로 된 STEP 포멧 생성기를 만들어낼지 약간 의문이긴 하다. CAD 개발사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사실상 죽은 표준이 될 공산도 크고…
아무튼 PTC사의 경우에는, 이 자료를 신뢰한다면, CREO 4에 AP242 관련 기능들이 다 구현되어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관계에 있는 CATIA 및 UG 쪽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한가지 가정을 해 보자.
CAD 시스템에서 올바르게 AP242 표준에 맞도록 데이타를 만들어 낸다면?
그러면 오랫동안 사용자들이 원해왔던, 그리고 CAD 개발사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방해해왔던 이기종 CAD 간의 그나마 쓸만한 자료교환이 가능해 질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특정 CAD의 Native Format을 지원하는 모듈을 별도 개발할 필요 없이, AP242만 지원하는 오픈소스 모듈만 가지고도 필요한 PDM/PLM, CAD 및 기타 관련 소프트웨어들의 구현이 될 것이고, 이것만으로도 프로페셔널한 수준의 진정한 산업표준 데이타 교환이 가능해져 제조업 효율이 좋아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특정 CAD 솔루션에 종속된 설계환경은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생각해 보자.
CREO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구조설계자가 있을 경우, 이 사람은 CATIA를 사용하는 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이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가?
CAD 소프트웨어가 본질이 아니고, 공학적 설계능력 자체가 핵심인데 그전에 엉뚱한 허들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또, CATIA를 쓰는 업체는 다른 CAD로 전환하거나 다종의 CAD 시스템을 운용하기가 어렵다. 인력 운용면에서도 그렇고 시스템 측면에서도 그렇다. (물론 대규모 자동차 업계 같은 데서는 이기종 CAD간의 조합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악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모듈별로 철저하게 구분된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CATIA에 종속된 제조업체는, 높은 비용을 고정적으로 강요받게 되고, 자금운용에서 경직적인 부분이 발생한다. 이것은 경영상의 위협요인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현실

아마 정년퇴임하셨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상헌 교수라는 분이 80~90년대에 걸쳐 초창기 CAD 분야에서 업적을 꽤 쌓았다고 알고 있다. 당시 이 분야에서의 화두 중의 하나였던 비다양체 위상 기하학을 다룰 수 있는 구조체를 구현한 CAD커널이 한창 개발되고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 때의 이야기다. 현재는 비다양체 CAD커널은 그냥 아주 당연한 기본 특성이 되어 있다.
이상헌 교수의 경우, 자신의 연구에 펀딩만 좀 받았더라면 독자적인 CAD커널로 제대로 발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면 같은 시기에 다른 나라들의 수준과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장기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시스템은 한국에 없었다. 사업가들의 눈에 띄지도 못했다. 이상헌 교수에게는 글로벌 경쟁에 나설 기회가 아예 주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한국은 그냥 CAD 및 PLM 분야에서 종속 국가가 되었다.
한국이 제조업 기반으로 흥한 나라라고들 하는데, 현재 상태로는 '제조업 2.0 (?)'이라던가 하는 말은 과대망상 내지는 허언증이다. 기초가 부실하다고 하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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